2025년 7월, 대한민국 IT 업계에 작은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카카오가 자신들의 야심작, 차세대 AI 모델 패밀리 '카나나(Kanana)'의 최신 모델들을 기습적으로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AI 전쟁터에 카카오가 던진 의미심장한 출사표였죠. 이번 공개는 단순한 모델 업데이트가 아닙니다. '비용 효율성'과 '실용성'이라는 예리한 창을 손에 쥔 카카오의 AI 전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이 놀라운 '카나나'의 모든 것을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
'카나나(Kanana)'란 무엇인가? 카카오 AI의 새로운 시대
많은 분들이 카카오의 AI라고 하면 'Ko-GPT'나 이미지 생성 모델 'Karlo'를 떠올리실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죠. 이들은 카카오 AI 기술의 든든한 뿌리였습니다. 하지만 '카나나'는 이 뿌리에서 돋아난 새로운 줄기이자, 카카오 AI의 미래를 상징하는 통합 브랜드입니다. 이전 모델들이 특정 기능에 집중했다면, 카나나는 '실제 서비스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AI'를 목표로 탄생한 모델 패밀리죠.
카카오가 내세우는 카나나의 핵심 철학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비용 효율성'. AI 모델을 운영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듭니다. 카카오는 모두가 AI의 혜택을 누리게 하려면 이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거대한 단일 모델 대신, 작지만 강력한 '경량 모델'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MoE' 구조에 집중했습니다. 둘째, '실용성'. 벤치마크 점수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당장 카카오톡이나 다음(Daum) 같은 서비스에 녹여내 사용자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AI를 만들겠다는 의지입니다. 한국의 문화, 지리, 언어적 뉘앙스를 가장 잘 이해하는 AI를 만드는 것 역시 이 실용성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단순한 모델 아키텍처의 진보를 넘어 서비스 적용과 기술 자립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물입니다." – 김병학 카카오 카나나 성과리더
눈과 귀를 가진 AI: 경량 멀티모달 모델 'Kanana-1.5-v-3b'
이번에 공개된 모델 중 가장 주목받는 스타는 단연 'Kanana-1.5-v-3b'입니다. 이름은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경량 멀티모달'이라는 두 단어에 있습니다. '멀티모달'이란,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성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눈과 귀를 가진 AI인 셈이죠. 😮
이 모델의 '경량'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파라미터(매개변수) 크기가 30억 개(3B) 수준인데, 이는 수천억 개에 달하는 글로벌 거대 모델에 비해 훨씬 작습니다. 하지만 작다고 얕보면 안 됩니다. 카카오는 '인간선호반영학습(RLHF)'과 고성능 대형 모델의 지식을 작은 모델에 옮겨 담는 '지식 증류(Knowledge Distillation)' 같은 고도의 훈련 기법을 통해 성능을 극대화했습니다. 그 결과, 이미지에 담긴 한국어와 영어 문서를 이해하는 능력은 GPT-4o와 견줄 만하고, 특정 지시를 이행하는 능력은 유사 사이즈의 다른 모델들보다 128%나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런 능력은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을 카나나에게 보여주며 "이 건물 이름이 뭐야? 주변에 평점 좋은 카페도 추천해줘"라고 물어볼 수 있게 되는 거죠. 혹은, 복잡한 데이터가 담긴 차트 이미지를 보여주고 "이 차트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가장 눈에 띄는 성장률을 보여준 분기를 알려줘"라고 요청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그야말로 AI가 우리의 눈과 머리를 보조해주는 진정한 '비서'가 되는 것입니다.
효율성의 미학: 국내 최초 MoE 모델 'Kanana-1.5-15.7b-a3b'
카나나 패밀리의 또 다른 주인공은 'Kanana-1.5-15.7b-a3b', 바로 국내 최초로 공개된 '전문가 혼합(Mixture-of-Experts, MoE)' 모델입니다. MoE는 최근 AI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인데, 카카오가 이 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하고 오픈소스로 공개까지 했다는 점에서 기술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MoE 모델을 쉽게 비유하자면, '모든 분야에 적당히 아는 만물박사 1명' 대신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 여러 명으로 구성된 팀'과 같습니다. 기존의 '밀집(Dense)' 모델은 어떤 질문을 받든 뇌 전체를 풀가동해서 답을 찾습니다. 하지만 MoE 모델은 질문의 종류를 파악한 뒤, 그 분야의 전문가(Sub-model) 몇 명만 깨워서 일을 시키죠. 예를 들어, '조선시대 역사에 대해 알려줘'라는 질문에는 '역사 전문가'와 '언어 전문가'만 활성화되고, '파이썬 코드 짜줘'라는 질문에는 '코딩 전문가'가 나서는 식입니다.

이 방식의 최대 장점은 단연 '효율성'입니다. 카카오의 이 MoE 모델은 총 157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졌지만, 실제로 추론할 때는 약 30억 개 파라미터만 활성화됩니다. 전체 파라미터 크기에 비해 훨씬 적은 컴퓨팅 자원으로도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어, AI 서비스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더 많은 기업과 개발자들이 부담 없이 고성능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입니다.
핵심 포인트: MoE가 중요한 이유
MoE(전문가 혼합) 모델은 AI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 핵심 열쇠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어, 스타트업이나 개인 개발자도 고품질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카카오의 MoE 모델 공개는 국내 AI 생태계 전체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카나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프롬 스크래치'와 '업사이클링'의 조화
카카오의 이번 발표에서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점은 그들의 개발 방법론입니다. 카카오는 '처음부터 끝까지(From Scratch)'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능력과 기존 모델을 현명하게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전략을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멀티모달 모델인 'Kanana-1.5-v-3b'는 순수 카카오 기술로 처음부터 설계되고 개발되었습니다. 이는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기술 자립'을 의미하며, 카카오가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갖추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 업사이클링(Upcycling): MoE 모델은 기존에 있던 30억 개 규모의 '카나나-나노' 모델을 '업사이클링'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기존 모델의 신경망 일부를 복제하고 전문가 레이어로 변환하여,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더 크고 효율적인 모델을 탄생시킨 것이죠. 이는 굉장히 영리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입니다.
이 두 가지 전략의 조화는 카카오 AI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핵심 기술력은 자체적으로 확보해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기반을 만들고, 동시에 효율적인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여 실용적인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죠. 🚀
글로벌 AI 대전 속 카나나의 위치는? (feat. GPT-4o, Gemini)
자, 그렇다면 글로벌 AI 시장에서 카나나는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질까요? OpenAI의 GPT-4o나 구글의 Gemini 같은 거인들과 직접 비교해보면 카카오의 전략이 더 명확하게 보입니다.
구분 | 카카오 '카나나' | OpenAI 'GPT-4o' | 구글 'Gemini 1.5 P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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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특징 | 경량, MoE, 비용 효율성, 한국어 특화 | 최고 수준의 범용 성능, 빠른 응답 속도 | 거대한 컨텍스트 창(100만 토큰), 영상 이해 |
핵심 전략 | 실용적 서비스 적용, 특정 시장(한국) 최적화, 생태계 위한 오픈소스 | 가장 강력한 범용 AI 모델로 시장 지배, API 기반 수익 모델 | 구글 생태계와의 완벽한 통합, 방대한 데이터 기반 |
강점 | 한국 문화/언어 이해도, 낮은 운영 비용, 빠른 커스터마이징 | 압도적인 추론 능력, 방대한 영어 데이터, 강력한 브랜드 파워 | 긴 글/코드/영상 처리 능력, 검색과의 시너지 |
공개 정책 | 경량/MoE 모델 등 일부 오픈소스 | 거의 대부분 클로즈드 소스 | 일부 모델 API 제공, 직접 제어 어려움 |
표에서 볼 수 있듯, 카카오는 '가장 큰 모델'을 만드는 경쟁 대신 '가장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모델'을 만드는 길을 택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100점을 받는 AI가 아니라, 한국 사용자가 가장 자주 묻는 질문에 120점의 답변을 내놓는 AI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죠. 이는 마치 거대한 백화점에 맞서, 특정 고객층을 위한 전문 편집샵을 여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오픈소스 정책은 더 많은 개발자들이 카나나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도록 유도하며, 카카오 중심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큰 그림의 일부입니다.
카카오톡에 AI 비서가? 카나나의 미래와 우리의 일상
그렇다면 이 똑똑하고 효율적인 카나나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요? 카카오는 하반기 중 '에이전트 AI' 구현에 필수적인 '추론 모델'의 성과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에이전트 AI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수행하는 AI를 말합니다.
상상해보세요. 카카오톡 대화창에 이렇게 입력하는 겁니다. "이번 주 금요일 저녁 7시에 강남역 근처에서 4명이 모일 건데, 조용하고 평점 4.5 이상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예약하고 참석자들한테 약속 장소랑 시간 알림 보내줘." 지금은 우리가 직접 검색하고, 전화하고, 단톡방에 공지해야 할 일들을 카나나 기반의 AI 비서가 대신 처리해주는 세상이 머지않았다는 뜻입니다.

카나나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발표를 넘어, 카카오가 그리는 미래의 청사진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AI가 특별한 사람만 사용하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카카오톡처럼 누구나 매일 사용하는 공기 같은 서비스가 되는 세상입니다. 카카오의 야심찬 도전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AI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그리고 우리의 삶을 얼마나 더 흥미롭게 만들어줄지 기대하며 지켜볼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