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카트를 밀며 장을 보던 그 홈플러스. 어느 날 갑자기 입구에 자물쇠가 걸려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2026년 6월, 전국 104개 홈플러스 매장 가운데 37곳이 공식적으로 폐점을 결정했습니다. 기업회생 신청 이후 꼬박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 한국 대형마트 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짚어보겠습니다.
홈플러스 30년 역사: 삼성 → 테스코 → MBK
홈플러스의 시작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삼성물산 유통부문이 대구에 국내 1호점을 열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당시 정부가 1996년 국내 유통시장을 전면 개방하면서 대형마트 진출 규제가 풀렸고, 그 틈을 삼성이 파고든 것이죠. 그런데 문을 연 지 채 두 달도 안 돼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삼성은 곧장 위기에 빠졌습니다. 결국 1999년,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에 경영권과 지분 49%를 넘겼습니다.
테스코 체제에서 홈플러스는 빠르게 몸집을 불렸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이마트에 이어 대형마트 업계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전국 곳곳에 100개가 넘는 매장을 열었습니다. 2011년에는 삼성물산이 잔여 지분까지 모두 매각하면서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100% 자회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테스코도 영원하지는 않았습니다. 2014년 영국 본사에서 대규모 회계 조작 사건이 터졌고, 테스코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해외 자산을 처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1순위가 바로 홈플러스였습니다. "한국은 영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라던 테스코의 말은 결국 공약(空約)이었던 셈이죠.
"홈플러스의 위기는 단순한 한 기업의 몰락이 아닙니다. 직원 약 2만 명, 협력업체 10만 명, 수천 개의 입점 상인들의 운명이 걸려 있습니다." — 홈플러스 노동조합 성명
MBK 차입매수와 몰락의 씨앗 💸
2015년 9월,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한국 M&A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였죠. MBK는 막판까지 경쟁자 KKR·어피니티 컨소시엄과 치열하게 싸우다 새벽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해 최종 낙점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인수 방식이 '차입매수(LBO)'였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회사를 사면서 생기는 빚을 그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입니다. MBK는 인수금의 상당 부분을 홈플러스 자체 자산을 담보로 빌린 돈으로 충당했고, 그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홈플러스 재무제표에 쌓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 성장이 시작됐습니다. 쿠팡이 소프트뱅크 자금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흐름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쇠퇴는 예견됐던 수순이었지만, 이미 빚더미에 앉은 홈플러스는 이커머스 전환에 필요한 투자자금이 없었습니다. 맥킨지 컨설팅에만 약 150억 원을 쏟아부으며 몇 년을 허비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회생 신청 직전 홈플러스 재무 현황 (2025년 3월 기준)
기업회생 신청,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
2025년 3월 4일. 홈플러스는 전격적으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습니다. 신청 후 단 11시간 만에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인가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직원들도, 납품업체도, 심지어 카드사들도 이날 아침에서야 공식적으로 소식을 접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으로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경영진 4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법정 앞 시위와 여론의 뭇매는 계속됐습니다. 특히 "임직원들이 불구속 상태여야 급여 지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직후,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자마자 "1월 급여를 지연하겠다"는 공지를 올려 더 큰 공분을 샀습니다.
"MBK가 홈플러스 산 게 10년인데 그동안 뭘 했냐... 건물 팔아서 현금 빼고 빚만 남긴 거잖아. 공기업도 아닌데 이걸 왜 정부가 책임지냐는 말도 이해는 가는데 직원들 생각하면 진짜 안타깝다."
"홈플러스 상품권 잔뜩 사놓은 사람들 어떡하냐... 아무도 몰랐잖아 이렇게 될 줄. 나도 명절 선물로 받은 거 아직 쓰지도 못했는데 폐점 점포에선 못 쓴다고 하니까 진짜 황당함."
폐점 타임라인 한눈에 보기 📅
회생 신청 이후 홈플러스의 폐점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처음에는 임대료 협상이 안 된 일부 점포만 닫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2026년 6월에는 전체 매장의 3분의 1이 넘는 37개 점포가 한꺼번에 폐점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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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4일
🚨 기업회생 절차 신청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개시 신청. 신청 11시간 만에 법원이 인가 결정. 누적 적자 5,000억 원 이상, 부채비율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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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3일
🔴 15개 점포 순차 폐점 발표임대료 협상 실패로 시흥, 가양, 일산 등 15개 점포 순차 폐점을 처음 공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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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9일
⏸️ 폐점 계획 일시 철회MBK가 15개 점포 폐점 계획을 철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정부부처가 공동대책위와 간담회 후 김병주 회장에게 폐점 철회 약속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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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8일
🔴 1차 폐점 — 5개 점포가양점, 장림점, 일산점, 원천점, 울산북구점 영업 중단. 폐점 철회 약속이 3개월 만에 사실상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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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14일
🔴 2차 폐점 — 7개 점포 추가문화점, 부산감만점, 울산남구점, 전주완산점, 화성동탄점, 천안점, 조치원점 추가 영업 중단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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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30일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본계약하림그룹(NS홈쇼핑)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영업양수도 계약(SPA) 체결. 기업가치 약 3,000억 원 (부채 승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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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0일
⏸️ 3차 — 37개 점포 잠정 영업 중단'2차 구조혁신' 방안으로 전국 37개 매장 7월 3일까지 영업 잠정 중단 발표. 상품 부족으로 일부 점포 매출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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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4일
🔒 37개 점포 폐점 최종 확정잠정 중단 한 달도 안 돼 폐점 결정. 직원 3,500명 고용 불안 현실화. 홈플러스 매장 수 104개 → 67개로 축소.
핵심 포인트
폐점 철회를 약속받은 지 불과 3개월 만에 1차 폐점이 시작됐고, 그 이후 불과 6개월 사이에 37개 점포가 동시에 폐점을 맞았습니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인 2026년 7월 3일이 사실상 홈플러스 운명의 기로입니다.
지역별 폐점 점포 전체 목록 🗺️
2026년 6월 기준, 폐점이 확정된 37개 점포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특히 경기 지역에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 지역 | 폐점 점포명 | 비고 |
|---|---|---|
| 서울 | 중계점, 면목점, 신내점, 잠실점 | 4개 점포 |
| 부산 | 센텀시티점, 부산반여점, 영도점, 서부산점 | 4개 점포 |
| 대구 | 상인점 | 1개 점포 |
| 인천 | 가좌점, 숭의점, 연수점, 송도점, 논현점 | 5개 점포 |
| 경기 | 킨텍스점, 포천송우점, 고양터미널점, 남양주진접점, 경기하남점, 부천소사점, 분당오리점, 동수원점, 포천점 등 | 12개 점포 |
| 충남 | 계룡점 | 1개 점포 |
| 전북 | 익산점, 김제점 | 2개 점포 |
| 전남 | 목포점, 순천풍덕점 | 2개 점포 |
| 경북 | 경산점, 포항점, 포항죽도점, 구미점 | 4개 점포 |
| 경남 | 밀양점, 진주점, 삼천포점, 마산점, 진해점, 김해점 | 6개 점포 (밀양시 유일 대형마트 포함) |
특히 고양시에서는 일산점, 킨텍스점, 고양터미널점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기업회생 이전 홈플러스 3개 매장을 보유했던 고양시에서 홈플러스가 완전히 사라지게 됐습니다. 밀양점의 경우 밀양시 내 유일한 대형마트였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생활 불편이 예상됩니다.
직원 3,500명의 눈물 😢
숫자만 놓고 보면 냉정해 보이지만, 이 37개 점포 뒤에는 각자의 삶을 이어가던 3,500명이 있습니다. 기업회생 신청 이전 홈플러스 임직원 수는 약 2만 명이었는데, 현재는 1만 5,000명 안팎으로 줄었고 이번 폐점으로 더 줄어들 전망입니다.
홈플러스는 폐점 점포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지원책을 제시했습니다.
- 책임급(관리자) 이상: 희망퇴직 신청 가능, 3개월 치 임금 수준 희망퇴직금 지급 예정
- 선임급(일반 직원): 기존 노사 협약에 따른 고용안정지원금 지급 예정
- 근무 희망 직원: 영업 중인 67개 점포로 전환 배치 추진
- 영업 중단 기간 중: 평균임금의 70% 수준 휴업수당 지급
"10년 넘게 다닌 직장인데 갑자기 폐점이라고... 퇴직금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지금 당장 애들 학원비는 어떻게 하나. MBK는 김병주 회장 자산이 13조라는데 왜 직원 퇴직금이 없냐고."
노동조합은 무기한 단식 농성 22일째를 맞으며 정부와 정치권의 정상화 약속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일반노조는 심지어 "월급을 포기해서라도 영업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공식 성명까지 발표했습니다. 대기업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을 두고 협상하는 모습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장면입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하림 품에 안기다 🍗
대형마트와 함께 홈플러스의 또 다른 축이었던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026년 5월 7일, 하림그룹의 계열사 NS홈쇼핑에 공식 매각됐습니다. 기업가치 약 3,000억 원으로 산정됐으나, 실제 거래는 익스프레스가 보유한 부채 약 1,800억 원을 하림이 떠안는 '부채 승계'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익스프레스 매각으로 홈플러스는 약 1,206억 원의 현금을 확보해 밀린 임금 지급과 협력사 대금 결제 등 급한 불을 끄는 데 사용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 금액만으로는 전체 채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홈플러스를 자주 이용하던 소비자라면 지금 당장 챙겨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 홈플러스 소비자 행동 가이드
- 상품권 소지자: 폐점 점포에서는 사용이 불가합니다. 영업 중인 67개 점포나 홈플러스 온라인몰에서 즉시 사용하거나, 환불 절차를 문의하세요.
- 멤버십 포인트: 영업 중인 점포에서 계속 사용 가능하지만, 홈플러스 회생 결과에 따라 정책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온라인몰 이용: 홈플러스 온라인몰은 현재 계속 운영 중입니다. 단, 일부 지역 배송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대체 마트 정보: 폐점 점포 인근 이마트, 롯데마트 위치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입점 업체 이용 고객: 홈플러스는 영업 중단 점포 내 입점 업체의 중도 퇴점 시 위약금과 원상복구 비용을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홈플러스 상품권이랑 스탬프 쿠폰 꽤 모아뒀는데 이게 다 날아가는 거 아닌가 불안함. 일단 남은 매장 가서 쓸 수 있는 건 다 써야겠다. 온라인에서도 된다고 하니 식료품 대량 주문이나 해야겠어."
앞으로 어떻게 될까 — 향후 전망 🔮
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홈플러스가 영업을 계속할 때 가치보다 사업을 접고 청산할 때의 가치가 1조 2천억 원 더 높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지금 당장 청산하는 게 채권자들에게 더 유리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삼일회계법인은 "당장 청산하기보다는 새 주인을 찾으라"고 권고했습니다. 새 주인을 찾아 인수합병(M&A)에 성공한다면 그 편이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2026년 7월 3일입니다. 이날까지 새 인수자를 확보하거나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회생 시나리오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 시나리오 | 내용 | 가능성 |
|---|---|---|
| 새 주인 찾기 (M&A) | 메리츠 등 채권단 동의 + 인수 기업 출현 시 회생 성공. 매각가 3조 7천억 원 예상. | 불투명 (인수 희망 기업 아직 미확인) |
| 부분 회생 + 지속 축소 | 67개 잔존 매장 중심으로 슬림화 후 새 주인 물색. 온라인 채널 강화. | 단기적으로 가장 현실적 |
| 청산 | M&A 실패 시 법원 명령으로 청산 절차 돌입. 협력업체·임직원 피해 극대화. | 최악의 시나리오 |
- 메리츠금융그룹의 DIP(회생 중 자금 지원) 대출 동의 여부가 핵심 열쇠
- MBK의 추가 사재 출연 및 지원 여부 (현재 1,000억 원 선집행 완료)
- 7월 3일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 전까지 인수 희망 기업 출현 여부
- 국책은행 KDB산업은행 참여 여부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를 넘어 한국 유통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합니다. 온라인 커머스의 압도적 성장, 사모펀드의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 그리고 대형마트 규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엉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결말을 맺든 홈플러스 사태는 한국 유통업 역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의 재무적 투자 성공 신화가 대규모 금융 시스템 리스크, 수많은 개인 투자자의 손실, 그리고 노동자의 생계를 파괴하는 사회적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주말마다 카트를 끌며 들렀던 그 홈플러스가 이제 없어진다는 건 단순한 쇼핑 공간 하나를 잃는 게 아닙니다. 수천 명의 직원, 수만 명의 협력업체 종사자, 그리고 지역 상권 전체가 흔들리는 이야기입니다. 7월 3일 이후의 결말이 어떤 모양이든 간에, 그 무게만큼은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